한의학과 현대의학 - 풀어쓴 醫學人門 Ⅰ

조선왕들의 평균수명은 47세, 왕후의 평균수명은 48세였다. 이것을 오늘의 한국인 평균수명 남자 72세, 여자 79세와 비교하면 30년 가량 짧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이것은 주로 현대의학이 한국인의 평균수명을 연장시켰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오늘 다시 조선왕족들을 지난날 그들이 기대어 온 한의학으로 맡겨 본다면 어떠할까. 그들의 수명이 크게 연장될까. 이렇다 할 현대장비로 진단하지 않고, 수술을 하지 않으며, 예방주사와 항생제를 쓰지 않는 전통한의학으로는 이제나 그제나 어떤 큰 차이가 있으리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오늘의 민주시민이 조선시대의 왕후장상보다 30년이나 더 오래 산다는 것은 예사로운 행복이 아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든 오늘날의 한방이 우리나라에서 아직 그 명맥을 유지하고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한방은 현대의학과 전혀 다른 기준으로 생명과 질병을 해석하고, 인간의 몇천 년 경험이 축적되어 승화된 것이므로, 현대의학의 힘이 미칠 수 없는 곳에서 놀라운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침구요법과 보약, 보신강장제는 현대의학이 도저히 미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믿고 있다.

이 책에서 필자는 한의학과 현대의학을 새로이 조명해 보고자 하였다. 동양의학이 어떻게 발생하여 오늘날에 이어져 왔으며, 그 근본이 되는 사상은 무엇인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그리고 근세에 이르러 현대과학이 움트고, 물리 화학 등 자연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의학이 이와 더불어 어떻게 발달해 왔으며, 현대의학이 인류의 질병 극복에 어떻게 공헌해 왔는지 돌이켜보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