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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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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

고민정 지음
2010년 09월 27일 출간 정가 12,000원 페이지 304 Page

part 1 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
시인의 아내
1999, 모래시계
사랑해
첫 키스
오빠 달려
2002, 겨울 종로
당신은 제게 특별한 사람입니다
내 삶의 다리가 되어준 사람들
아버지와 딸의 사랑
청혼
가격표는 붙이지 말아주세요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고민정입니다
빠져나올 수 없는 마력
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

part 2 칭다오 옥탑방 고양이
블루베리티
한국어 사랑
학생 선생님
칭다오 옥탑방 고양이
비밀이 없는 건
내 안의 어린 소녀
혹시 신종 인플루엔자
국경
소중한 사람들
헵번처럼

part 3 Welcome to Downstairs
고양이처럼 사랑하고 싶다
기차 타고 세계 여행
유리관 속의 나
용의 눈물
아이 업은 영어샘
만약에
히치하이킹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하늘색 땅과 풀색 하늘
당신이 별해
어둠이 두려운 건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Welcome to Downstairs

출처 : 알라딘 
내용이 없습니다.
“인생은 내 안의 샹그릴라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20대엔 내 안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세상과 부딪히느라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30대의 나를 돌아보면, 내 안에 뭐가 있는지는 어렴풋이 알았지만 어느새 사회의 틀 안에 나를 끼워 맞춰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일과 사랑, 가족과 세상…… 나를 둘러싼 책임은 늘어만 가고 뭘하든지 공격을 받는 나이.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왠지 식상해 보였고, 나를 가둬놓고 있는 틀 안에서 정작 나 자신은 사라지고 있었다.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서 30대 여자의 지독한 성장통은 시작되었다.

중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그녀가 계획한 첫 번째 도전은 샹그릴라로의 여행이었다.
유토피아처럼 이상향을 뜻하는 샹그릴라.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천국처럼 묘사된 샹그릴라 말이다.
산봉우리는 은은한 달빛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사원은 꽃잎처럼 아름답고, 사람들은 시기, 질투와는 거리가 먼 표정으로 항상 웃음을 머금고 있는 곳. 그곳이라면 나를, 내가 만든 감옥 안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인 남편을 만나 사랑을 할 때는 결혼만 하면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 완성될 줄 알았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빛이 되기 위해 아나운서 준비를 할 때는 아나운서 시험에만 합격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결혼도, 아나운서에 합격한 것도 내 인생의 마지막 샹그릴라는 아니었다.”

6년차 아나운서라는, 시인의 아내라는, 딸이자 며느리라는 모든 수식 어구는 떼어내고
보통 사람들 틈에 섞인 ‘나’를 한 발 뒤로 물러나 바라보기 위해 떠난 비움 여행.
칭다오 대학교 한국어학과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보낸
1년간의 중국 생활과 내 안의 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한 여행의 흔적.
내 안의 잃어버린 샹그릴라를 찾기 위해 치열한 삶의 여정을 찾아 나선
아나운서 고민정의 따뜻한 성장 일기.


지은이 고민정 (남편 조기영 시인이 본 그녀)

KBS 아나운서. 시인의 아내. 평범하지 않게, 그렇다고 목숨을 걸 만큼 치열하지도 않게 대학을 나와 주위의 걱정을 잠재우고 아나운서가 되었다. 세상의 바람으로 흔들리기보다 오히려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결혼을 했다. 항상 바람의 언어로 말하고 싶어한다. 그 바람이란 바로 희망이기도 하다. 이제 그녀가 방송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웅숭깊은 바람의 언어를 조용히 들어보는 건 어떨까


일기 : diary : 日記

시인의 아내
난 아나운서이기도 하지만 시인의 아내이기도 하다. 예전 어느 잡지에 실린 ‘시인의 아내’라는 글귀가 사람들을 통해 회자되면서 난 저절로 결혼한 아나운서가 아닌 시인의 아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예술이 별건가
내가 발로 딛고 있는 이 세상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돈으로 환산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겉으로 문화와 예술을 얘기하며 교양 있는 척 하지만 문학뿐 아니라 음악, 미술 모든 종류의 예술들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서의 가치를 먼저 따진다. 난 수도 없이 세상과 그 사람의 경계선을 넘나들며서 외로운 외줄타기를 해야 했다.

내 안의 나
내 안의 지향점과 가치관이 흔들리자 사람들의 작은 말 한 마디에도 쉽게 상처 받았고 이리저리 휩쓸렸다. 난 떠났다. 나를 찾기 위해서 편안한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나를 다그쳐 내 마음의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

떠나다
나의 칭다오행도 그랬다. 내가 만일 모두가 아는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그 자리를 지키기에 여념이 없었을 것이고 외국에서의 1년은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두가 아니었던 난 또 다른 나를 찾는 데에 눈을 돌릴 수 있었다.

샹그릴라
중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계획한 첫 번째 도전은 샹그릴라로의 여행이었다. 유토피아처럼 이상향을 뜻하는 샹그릴라.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천국처럼 묘사되어 있는 샹그릴라 말이다. 산봉우리는 은은한 달빛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사원은 꽃잎처럼 아름답고, 사람들은 시기, 질투와는 거리가 먼 웃음을 머금고 있는 곳. 이곳이라면 나를, 내가 만든 감옥 안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
칭다오에서는 자명종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무시한 채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날 때까지 느긋이 기다리며 마음껏 여유를 즐겼다. 온갖 인상을 쓰며 억지로 일어나 짜증과 스트레스를 새 아침부터 내 몸에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감각 하나하나가 워밍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내 정신은 몸의 감각이 저절로 깨어날 때까지 재촉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려주었다.

칭다오에서의 1년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내가 쑥쑥 커가는 소리가 들린다. 생각지도 못했던 칭다오에서의 1년이 펼쳐지더니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었고, 여행길에 스님과 인연을 맺었으며 한국에서의 또 다른 길을 꿈꾸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더 많은 날을 살아야 할 나이. 앞으로도 내 안의 내가 커가는 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숙사 생활
방과 화장실만 있는, 싸우면 어디 갈 데도 없는 칭다오 대학교의 기숙사는 크기로 봤을 때 옥탑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좁은 곳에서 어떻게 생활하나 걱정하며 넓은 집으로 이사할까 생각도 했지만 우린 곧 그 작은 방에서 연애하듯 살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드리 헵번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분명 자신의 것을 조금은 내놓아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린 준비된 대사를 하듯 전문적인 기술도 없고, 시간도 없고, 나 혼자 먹기 살기에도 빠듯하다는 말을 한다.
난 내 욕심이 커질 때마다 오드리 헵번의 인형 같은 얼굴을 바라볼 것이다. 그녀의 빛나는 외모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준 그녀의 행동까지도 닮기 위해서 말이다. 얼굴에 깊게 주름이 잡혀 있을 때쯤엔 나도 아름다운 향기를 뿜었으면 좋겠다, 헵번처럼.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세월이 흐를수록 엄.마.라는 두 글자가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일찍 시집가서 미안하고
맛있는 거 많이 못 드려서 미안하고
같이 많이 여행 못해서 미안하고
예쁜 옷 사러 같이 못 다녀서 미안하고
엄마보다……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가격표
세상을 숨 막히게 하는 편견이라는 벽도 그 벽의 쓸모없음을 아는 평범한 다수가 조금씩 조금씩 부수고 있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믿기 전에 의심부터 하지 않았는지, 나의 작은 말이 상대방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진 않았는지, 나도 누군가의 이마에 가격표를 붙이지는 않았는지…….

유리관 속의 나
날 향한 플래시가 터지지 않을 때면 모두 내 곁을 떠날까봐 초조했고, 날 향한 플래시가 너무 많이 터질 때면 불이 꺼진 후의 공허함 때문에 초조했다. 나라는 사람보다 아나운서라는 명패만을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서운함이 가득했다. 어쩌면 유리관 속의 병마용은 또 다른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고양이처럼
고양이는 결코 자신의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고양이에게는 온 세상이 자기 집이다. 내가 고양이를 닮은 건지, 닮아가고 있는 건지, 닮고 싶은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세상을 내 집 삼아, 바람과 햇살을 벗 삼아 어디에도 묶여 있지 않는 저 고양이처럼 사랑하고, 고양이처럼 살고 싶다는 것이다.

어둠
어둠은 두려움이 아니라 그저 나를 둘러싼 하나의 환경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저 내 안의 나를 믿으면 된다. 작은 불빛의 유무가 마음속 두려움과 평온함을 가르듯, 나를 또 누군가를 믿거나 믿지 않음은 내 삶 전체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별해
그는 내가 자신의 별이라 말한다. 그리고 모두의 별이 되어주길 바란다. 사실 지금까지 그와 다툰 이유는 대부분 난 스스로 별이 되기를 거부하고 그는 내가 별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부딪치면서 생긴 것들이었다. 그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누구나 가고 있는 그 길을 따라가는 건 쉽기야 하겠지만 그러면 결국 여러 명 중의 한 사람밖에 되지 않을 거라면서 말이다.

커가는 소리
이제 놓치고 살았던 것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행동하는 일만 남았다.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내가 쑥쑥 커가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더 많은 날을 살아야 할 나. 앞으로도 내 안의 내가 커가는 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행
이런저런 욕심들을 담느라 더러워지고 흠집 난 마음의 그릇까지도 깨끗하게 씻어주었다. 버리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걸 얻기 위한 과정이란 것을 그때서야, 버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짧은 여행이 내 삶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분명 난 또다시 세상과 시인의 경계에서 외로운 줄타기를 해야 할 것이고 그 안에서 상처 받고 상처 주는 행위를 계속하게 될 것이다.
난 그저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면 된다. 그러면 된다.

Wecome to downstairs
결국 세상은 최고가 된다고 해서 모두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많은 것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만족할 줄 알며 꼴찌의 자리에서도 철학자처럼 끊임없이 사고하고 행동하면 이미 그 사람은 세상의 주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위만 바라보는 꼴찌는 초라하지만 그 자리에서 다른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꼴찌는 더 이상 초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출처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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