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오늘날 현대자본주의의 중심을 이루는 자본시장은 한 국가의 경제성장과 고용의 창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건전하고 효율적인 자본시장의 구축은 국민경제의 발전과 부의 확대에 선결과제가 된다고 보아도 큰 무리가 아닐 것이다. 반대로 이는 투자자보호와 자본시장의 건전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훼손하는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서 강하고도 적절한 제재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고 볼 수 있다. 자본시장법은 내부자거래, 시세조종 그리고 부정거래행위를 불공정한 행위로 규정하고, 법상 가장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있다.
그런데 자본시장법상 내부자거래나 시세조종행위의 규제는 금지되는 행위유형이 구체화되어 있고 정형화되어 있어,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행해지는 증권거래상의 불공정거래행위들을 규율하는데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특히, 자본시장의 규모가 증가하고 새로운 금융상품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위반행위도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하고 있어 기존의 열거적 법률규정으로는 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범법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보다 포괄적인 증권사기금지 조항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모아졌다. 결국, 자본시장법의 제정과 함께 미국과 일본의 법률을 모델로 하여 기존의 법률조항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형태의 ‘부정거래행위 금지규정’인 법 제178조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책은 자본시장법상 이러한 부정거래행위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제178조에 대한 국내 최초의 심도 깊은 연구를 담은 책이다. 향후 점점 더 고도화되는 자본시장에서 불공정거래의 규제와 관련하여 제178조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시점에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정밀한 해설서가 출간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제178조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1934년 증권거래소법 제10조(b)와 SEC Rule 10b-5가 미국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유지하는데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는 사실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지금까지 제178조와 관련된 거의 모든 판례를 추적하여 분석하고 있으며, 특히 자본시장법의 제정과 함께 도입된 제1항 제1호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그동안 제1항 제1호와 관련한 법원의 판례를 분석하여 판례의 동향에 대해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자본시장에서 증권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들이나 상장법인 또는 금융투자회사의 사내변호사들, 그리고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규제를 담당하는 사법부나 규제기관의 법률전문가들에게 매우 유익한 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 평

김용재(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세간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분야에서 가장 훌륭한 전문 서적으로 평가받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의 발간을 진심으로 반기며, 본인이 그 서평을 하게 된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본인은 학교와 학회 등을 통하여 공저자인 법무법인 율촌의 김학석 변호사, 김정수 고문과 오랜 기간 학문적인 교류를 하여 왔다. 김학석 변호사는 법무연수원 교수로 재직 중이던 부장검사 시절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금융투자상품의 부정거래행위」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는데, 본인은 당시 학위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 논문이 우리나라에서는 자본시장법 제178조를 체계적이고 심도있게 분석한 최초의 선행연구였기에, 본인은 당시 김학석 부장검사에게 박사학위논문을 책으로 출간할 것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바 있다. 왜냐하면 검찰에서의 오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부정거래행위의 규제에 대한 이론서를 완성하는데 있어서, 김학석 부장검사 이외 더 이상의 훌륭한 후보자는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김정수 고문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자본시장법 분야 전문가로서 한국거래소와 법무법인 율촌에서 오랜 기간 자본시장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제의 기반을 구축하고 이론과 실무를 조화롭게 발전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워왔다. 이렇게 훌륭한 두 공저자가 만나 협업으로 완성된 본서는 태생적으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완벽한 체계와 내용을 담을 수 밖에 없었다.

자본시장법이 규율하는 제178조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부정거래행위를 규제하는 매우 중추적인 핵심조항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그 법리 해석에 있어서는 개념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아 적용 요건과 범위 등을 둘러싼 논란이 치열하게 전개되어 왔다. 특히 제178조 제2항의 위계에 관한 개념이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이후 비교적 명확하게 정립된데 반하여, 동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되어 있는 ‘부정적인 수단, 계획 또는 기교’의 의미는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학계와 실무계는 그 개념 정립과 실제 사건에서의 법리를 적용함에 있어서 상당한 혼란을 겪어 왔다. 김학석 변호사와 김정수 고문이 출간한 본서는 이러한 혼란을 정돈시켜 주는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본서는 단순히 제178조 조문 자체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2010년 이후 최신의 대법원 판례들과 하급심 판결들을 모두 망라하여 심도있게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본서는 지금까지 제178조를 둘러싸고 논의되었던 모든 쟁점들을 매끄럽게 정리한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비교법적으로 미국법상의 포괄적 사기금지규정과 일본의 부정행위 금지규정을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제178조의 연혁과 주요 개념 및 적용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증진시키고 있다. 본서는 제178조 적용의 연결점에 해당하는 금융투자상품과 증권 및 파생상품을 짜임새 있게 소개하여 자본시장법의 기본 틀을 갖추게 한 후 제178조 위반에 따르는 형사상의 책임과 민사상의 책임을 상세히 분석하였으므로, 실무가와 법조인들에게 향후 부정거래행위와 관련된 실제 소송에서의 대처 방안과 전략을 강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2014년 12월 개정된 제178조의2 시장질서 교란행위 조항 및 기타 조항들과 제178조와의 관계를 비교, 분석한 부분은 화룡점정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본서는 학교에서 자본시장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본인에게 신선한 청량제이기도 하지만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하여야 겠다고 다짐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본서의 출간이 우리나라 자본시장법 분야에서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공저자들의 열과 성이 느껴지는 본서를 많은 독자들이 접해볼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